사유모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사유모드를 만든 조쉬킴(Josh Kim)입니다.
저는 AI라는 큰 변화가 시작되는 시기에 젊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면서도 행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도 개인용 컴퓨터가 세상을 바꾸기 시작할 때 젊었습니다.
저는 이런 전환기에 큰 부가 만들어지고 사회도 크게 바뀐다고 생각했습니다. 과거를 보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24년부터 AI를 본격적으로 공부했습니다. 새로운 도구가 나오면 써봤고, 비개발자이지만 AI로 직접 무언가도 만들어봤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제가 먼저 도구를 써봐도 결국 저 빅테크들의 전쟁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들은 이미 훨씬 앞서 있을 것이고, 제가 보고 사용하는 것도 결국 그들이 공개한 일부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트렌드는 매일 바뀌었고, 저는 그 뒤를 근근이 쫓는 사람처럼 느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거인의 어깨 위에 오를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했습니다. 저 같은 개인에게는 그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새 매일 트렌드에 쫓아가기만 하느라 정작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을 놓치고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중요한지, 또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AI는 계속 사용했습니다. 여러 AI를 사용하다 보니 Thinking Mode처럼 더 깊게 추론하도록 하는 기능들이 있었습니다. 같은 AI라도 이런 모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무렵 ‘도파민 중독’이나 ‘brain rot’ 같은 표현도 자주 접했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늘고, 지식이나 정보에는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른 사람이나 전문가의 생각도 콘텐츠로 쉽게 소비할 수 있게 됐고, 이제는 생각하는 일마저 AI에게 외주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 역시 필요한 답을 빨리 얻고 싶은 마음에 생각의 과정까지 AI에게 맡기는 일이 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AI에게는 더 좋은 답을 얻기 위해 더 깊게 생각하라고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AI에게 더 깊이 생각하라고 하면서, 나는 정작 얼마나 생각하고 있을까.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AI에게 Thinking Mode가 있듯, 인간에게도 의식적으로 사유모드를 켜는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닐까. 편리하다는 이유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까지 계속 외주화한다면, 결국 AI와 인간의 차이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사유모드는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AI 시대에 능력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저는 반복해오던 업무부터 AI가 빠르게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자리와 사회의 구조도 빠르게 바뀔 것이고, 그럴수록 인간이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능력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해질 겁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능력과 효율은 중요한 기준입니다. 사람을 평가하고, 성과를 판단하고, 연봉을 결정하는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기존에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많은 일을 AI가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하기 시작한다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새로운 능력치는 무엇일까.
저는 그 답 가운데 하나가 ‘사유’라고 생각했습니다. AI가 더 많은 일을 대신할수록 사유는 오히려 더 중요해질 인간의 고유한 영역 중 하나라고 봅니다.
사유라는 것
사유는 본래 대상을 두루 생각한다는 넓은 뜻의 말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유에도 여러 층위가 있습니다. 가장 얕은 층위에서는 깊게 생각하는 것, 사고를 확장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 질문하면서 생각의 깊이를 더해가는 것입니다.
더 깊은 층위로 들어가면 의미와 가치, 선택과 책임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의 주체와 주인공을 ‘나’에만 두지 않고 타인과 사회까지 넓혀가는 것도 사유라고 생각합니다.
AI의 사고와 인간의 사유는 무엇이 다른지 AI와 이야기하다가 하이데거의 ‘계산적 사고(calculative thinking)’와 ‘숙고적 사고(meditative thinking)’라는 구분을 알게 됐습니다.
AI는 이미 좋은 답을 내놓고 있고, 앞으로 더 좋아질 겁니다.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에 가치를 둘지, 어떻게 살지에 대해서도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과 최종 판단마저 모두 외주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최종 판단까지 AI에게 맡긴다면 인간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존재하는 이유, 내가 인간인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은 AI를 왜 만든 것일까.
그리고 AI가 내린 판단에 대한 책임까지 AI에게 온전히 맡길 수 있을까.
저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더 좋은 선택을 알려줄 수는 있어도, 그 선택대로 살아가고 결과를 감당하는 것은 인간입니다.
그래서 사유모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AI는 연산하지만, 인간은 의미를 묻습니다.
이 문장으로 사유 전체를 정의하려는 뜻은 아닙니다. 사유모드가 특히 놓치고 싶지 않은 방향을 말합니다. 답을 얻는 데서 멈추지 않고 다시 질문하고, 생각을 넓혀가며, 그 답이 나와 다른 사람의 삶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보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유모드를 만들었습니다
SAYU라는 이름은 한국어 ‘사유’에서 가져왔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중요하고 본질적인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AI 시대라고 해서 AI를 사용하지 말자는 뜻은 아닙니다. 저 역시 AI를 계속 사용할 것이고, 앞으로 더 많이 사용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영역마저 너무 쉽게 AI에게 외주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유모드는 우선 저부터 시작하는 실험입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AI의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제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지 한 번은 제 언어로 다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이 공간은 완성된 답을 전시하는 곳이 아닙니다.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생각도, 어떤 질문 앞에서 멈춘 순간도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나는 지금 무엇까지 맡기고 있는가.
그리고 무엇은 내가 직접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가.
2026년 6월 3일 처음 발행한 글을 Substack으로 옮기며 다시 편집했습니다.


